11화. 고마웠던 신혼집을 떠나요.

D 138일째


이사가게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신혼집이다. 처음 여기올 때가 생각난다.


결혼해서 여기저기 집을 알아봤다. 가진돈은 많지 않고 서울 집값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파트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깨끗한 빌라나 주택을 알아보고 있었다. 우연히 복층 연립주택을 보게됐다. 전세값이 같은 평수에 비해 반이나 쌌다. 가서 보니 쌀만한 이유가 있긴 했다. 40년 넘은 연립이고 매우 허름했다. 하지만 구조가 독특했다. ㄷ자 모양으로 다세대가 있고 중앙 공간은 공동 마당이었다. 유럽의 집구조 형태였다. 작은 대문을 지나치면 마당이 나오고 각각 사는 집 입구가 있고 내부 계단이 있는 2층 집이었다. 허름하기 짝이없지만 다른 전세집과 달리 주인은 벽에 못을 박든 페인트를 칠하든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했다. 내 생각에 여길 조금 꾸미면 예쁠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보여주고 아내도 좋아했다. 


"나이들어서 살만한 집은 아닌데, 한번쯤 살아봐도 좋을거 같애. 구조도 독특하고 .. 어때?"


"정말 그러네~ 괜찮을 거 같은데"




사실 나는 싼 전세금에 더 끌렸다. 아내는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일반 주택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남들처럼 좋은위치에 그럴싸한 아파트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고맙고 난 입주전 2달동안 혼자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결국 남의집에 돈 쓸 이유없다지만 허름한 집을 흔쾌히 승낙해준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덜고자 할 수 있는걸 했다. 


사는 동안 집에 사람을 초대해 홈파티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고양이도 키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집에 와줬고 사건사고나 재미있던 일도 많았다. 고양이도 한마리에서 계속 인연이 닿아 4마리까지 키우게 됐다.



 





그리고 이 집에서 사홍이를 만나게 됐다.




벌써 여기서 4년을 보냈다니 시간이 빠르긴 하다. 이젠 떠나야 할 때인것 같다. 여러 사정이 있지만 사홍이에게 조금 더 나은 환경이 필요했다. 이제 앞으로 4일 후면 이사가게 된다.


이사갈 집은 단독주택이다. 아직도 내가 여유롭지 못한 까닭에 이번에도 집구하기 어려웠다. 처음 집 구할 때 처럼 이번에도 우연치 않게 맘에드는 비교적 싼집을 만나게 됐다. 마당도 있고, 함께 사는 사람도 없고, 창고도 있고, 단층이고, 내부도 최근에 모두 수리해서 깨끗하고 시설이 나쁘지 않았다. 우연히 갔던 부동산에서 자기들만 가진 마침 때 맞춰 사정상 이사가야 하는 집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처음 집을 보고 여기가 딱이라 생각했다. 아내가 말한다.


"와~ 이제 집에서 생선 궈먹어도 되겠다. 마당에서 구우면 되겠는데~ 그리고 마당에 수도꼭지 있어서 사홍베리에 바로 물 줄 수도 있고, 창고가 커서 짐넣기도 좋고, 오빠도 뭐 만들때 눈치 안보고 좋을 거 같은데~"


울 마눌님이 고집도 쌔고 성격이 깐깐하지만 참~ 맘씨가 곱고 순박하다. 돈벌이 현찮은 남푠 따라 고생하지만 작은 행복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당에 화단에 있는 두릅이랑 이것저것 알아서 해도 된데. 키우던지 뽑던지~ 우리 화단 매꾸고 테라스 처럼 꾸밀까? 거기에 테이블 놓고 그러면 좋을 거 같은데~"


"됐거든~ 그냥 정리만해 또 아깝게 돈 너무많이 쓰지 말구~"


"그지? 지금 이집도 우리가 꾸며놔서 내논지 하루만에 나가던데 ... 하긴 뭐 우리 좋자고 꾸민거니 후회는 없지만 아깝긴 하다. 그래도 이집에 고마워~ 여기서 째순이, 은동이, 범블이, 홍삼이 만나고 사홍이도 생겼잖아"


"그렇긴 해. 근데 여긴 벌래 때문에 더는 안돼. 그리고 계단때문에 무릅 다 나갈거 같애, 사홍이 기어다니면 위험하고.."


"그렇지. 그래서 가는거지. 그래도 이 집에 고마운건 고마운거지. 근데 이 집이 우리 이사가는 줄 아나? 왜 갑자기 다 고장나고 그러지? 전기도 이상하고, 세면대도 고장나고, 물도 새고~"


"그러게~ 하여튼 이사갈 집엔 너무 돈 들여 꾸미진 마~ 그냥 적당히~"


"그래도 우리 성격에 살다보면 막 할게 될껄? 일단 가 보면 알겠지~"


"난 주방옆에 냉장고 들어갈 수 있는게 넘 좋다."


지금 집에는 냉장고가 1층 안방에 있었다. 통로가 좁아서 냉장고가 부엌으로 옮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그나저나 걱정이 날이 너무 덥다. 지금 낮에는 서있기만 해도 쓰러질것 같은데 이사를 어찌하나~ 일하는 사람들 다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내일부터 짐정리 시작한다. 아까 야옹이들 이집에서 마지막 목욕시키며 '이사가니깐 너희들도 짐싸'라고 말해줬다. 야옹이들이 잘 적응해야 할 텐데~


이사 후 가을이 오면 마당에서 고기 꿔먹게 사람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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