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아이 이름 짓기

아이에게 줄 첫번째 선물은 이름이다. 쉽지 않다. 평생지니고 살아야 하는 이름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망설여지고 어렵다. 그렇다고 작명소에서 자판기 음료수 뽑듯이 만들고 싶진 않았다. (작명소를 폄하하는 건 아니다.)

요즘은 아이 이름이 영문으로 써도 변환이 잘 되는 이름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아이 이름 같은 경우 받침이 없는 이름들이 많았다. 한글 이름도 생각해 봤지만 예쁜이름이긴 한데 와 닿지 않았다.

난 매일 운전할때마다 주변에 보이는 단어들을 머릿속으로 조합하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다. 이정표에 '연희삼거리' 가 보이면 '연주, 연경, 연이, 연발, 연타, 연하, 연미... 희수, 희애, 희주, 희난' 이런식으로 마구마구 조합하는 것이다. 예쁜이름 많지만 와 닿는 이름이 없다. 남자가 없다고 투덜대는 여자도 많고, 여자가 없다고 투덜대는 남자도 많듯이 제 짝을 찾는게 항상 어려운 것 같다.

봄이 오려고 꼼지락 거릴 때 쯤 뱃속에 있는 뽀은이와 함께 세식구는 종종 개천길을 산책했다. 그날도 우리 부부의 고민거린 이름이였다. 

"이름 어떻하지? 생각이 안나네~ 생각나는 이름 없어?"

".... 한글 이름으로 할까? 인터넷 찾아보니깐 많던데~"

"한글이던 뭐던 상관없는데 맘에 들어야 하던지 말던지 하지~ 그런데 좀 무게감 있는 이름이 좋지 않을까? 한글이름 좋긴 한데 좀 가볍고 유행을 타는 것 같은 느낌이야."

"제나 어때?"

"제나? 한글이름이야? 무슨 뜻인데?"

"기다리던 아이를 이제 낳아~"

" ㅡ,.ㅡ ... 쫌 아닌듯~ 그리고 늙어 노인정에서 '제나 할머니' 하면 쫌 웃기잖아~"


이렇게 이름짓기 놀이하면서 산책코스 반을 돌 때쯤..


"들아! 들아 어때?"

"들아? 아들아 딸들아 할 때 그 들아야?"

"아니 ㅜㅜ 그건 아니고 그냥 옆에 풀 나오는거 보구 들판이 생각나서 순간적으로 생각난 거야. 뭔가 자유롭고 신비롭지 않아?"

"음... 아주 나쁘진 않아. 김들아. 영문 표기도 D-Ra 뭐 그렇게 간단히 표기할 수도 있고... 일단 킵!"

"그럼 사몽은 어때?"

"사몽? 사몽이 뭐야~ ㅜㅜ 몽구비어도 아니구"

"아냐~ 자꾸 불러봐~ 괜찮은거 같아. 사몽아~ 몽아~"

"차라리 사홍이 낫겠다. 그래~ 사홍은 괜찮네."

"사홍? 오~ 요거 괜찮은데~"

"근데~ 사홍 뜻이 뭐야?"

"잠깐만 ........ 뱀사, 무지개홍"

"잉? 이름에 뱀사? 왜 그런거야?"

"우리 태몽이 알록달록 빛나는 무지개색 똥그란 뱀이 알에서 나오는거였잖아.. 딱 맞지 않아?"

"음... 이름은 마음에 드는데 한자는 잘 모르겠다. 일단 후보로 놓고 더 찾아보지뭐~"


이후로 많은 이름을 찾아 헤맸다. ㅋㅋ 그런데 산책길에 만든 이름이 결국 간택되기 일보 직전이였다. 우리 부부는 '사홍'이란 이름에 더 애착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만 이 이름이 혹시나 쓸 수 없는 이름은 아닌가? 란 걱정이 들긴 했다. 

"아무래도 작명소에 한번은 의뢰해야 할 거 같아. 작명소에 의뢰해서 '사홍'이란 이름 써도 되는지 물어도 보고... 내가 아는 사람은 작명소 3군데에서 이름 받았는데 결국 자기들이 생각한 이름으로 했데. 작명소를 꼭 거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한번은 해보자."

"그렇지? 근데 얼마야?"

"30만원 열흘 걸린데~"

"헐~ 웰케 비싸? 그리고 웰케 오래걸려~ .... 아니다! 한번만 해 보자."

결국 우리는 믿을 만한 역술인을 찾아 이름을 의뢰하고 동시에 우리가 지은 이름을 검증에 들어갔다. 다행히 사홍이란 이름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단, 우리가 생각한 한문은 바꿔야 한다고 한다. 뱀사자는 일명 '불용한자', 이름에 잘 쓰지 않는 한자이기도 하고, 이미 아이 사주에 '뱀'을 의미하는 상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작명소에서 보내온 여러 이름을 본척만척하고 사홍을 써도 무방하다는 말에 바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ㅋㅋ 우린 써도 된다는 검증이 필요했던 거다. 

"이름은 지었니?"

"네. 사홍 으로 하려고요."

"사홍??????????? 이름이 쫌 어렵지 않니? 그리고 '사'자가 좀.... "

양가 부모님 똑같은 반응이다. 뭔가 블링블링하고 예쁜 이름 많은데 왜 하필 그런 이름이냐는 무언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아내와 난 이러저런 설명으로 설득을 한다. 우선 독특하면서 자꾸 부르면 예쁜이름이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역술가에게(실제로 그런지는 모른다.) 의뢰해서 검증까지 다~ 거친 이름이고, 영문으로 바꾸기도 편하고, 하여튼 좋은 이름이라고 마구마구 쏟아낸다. 


김사홍(金使弘) : 使弘은 ‘높게 그리고 널리 쓰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이 사주의 타고난 역할과 분수를 고려하여 그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름을 짓는 방법 중에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부모의 소원을 담는 방법입니다. 사주의 부족한 오행을 보완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함축함으로써 주문(呪文)으로써 작용을 합니다.


위 내용은 역술인에게 받은 내용 일부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부를수록 예쁜 이름'

'가볍지 아니하고 자존감이 느껴지는 이름'

'부와 명예중에 명예가 떠오르는 이름'

'조급함과 기다림중에 기다림이 떠오르는 이름'

'사람의 표정중에 함박웃음이 떠오르는 이름'

'지식과 지혜중에 지혜가 떠오르는 이름'


우리 부부는 이렇게 이름에 주문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