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100일의 기적 vs 기절

D 118일째


우선 무럭무럭 잘 자란 우리딸 사진부터 투척하자.



우리 부부는 더위를 못 참는다. 둘다 땀 범벅이된다. 차라리 추우면 껴입기라도 하지 ... 사홍이 와 함께 나는 첫 여름. 더 덥다. 전기세 걱정할 겨를이 없다. 일단 에어콘을 틀지 않으면 죽을거 같다.


50일 이후 사홍인 정말 하루에 0.2mm씩은 크는듯하다. 불과 석달만에 15센티는 큰듯하다. 안아보면 가슴팍에 쏙 들어왔던 아이가 지금은 다리가 쑥 삐져나간다. 붓기도 사라지고 눈빛도 똘망똘망해지고 사물을 제대로 주시한다. 부르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내가 개코원숭이 흉내를 내면 소리내서 웃고, 비행기 태워도 무서워하지 않고 좋아한다. 신생아의 어리버리함은 점점 사라져간다. 목은 진작에 가누기 시작했다. 밖에 산책나가면 온통 처음보는 것들이라 그런지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구경하기 바쁘다.


울음 소리도 달라졌다. 태어나서는 정말 "응~애 응~애" 하고 울었는데 지금은 돌고래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아직 제대로 앉거나 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곧 온 방을 휘젓고 다닐 기세다. 잠깐 혼자 놔두면 낑낑대며 앉으려고 용을 쓴다. 또는 몸을 비비꼬며 레슬링 그레코로만 하듯이 머리를 이용해 뒤집기를 시도한다. 하다하다 안되면 악쓰며 운다. ㅋㅋ 


점점 아이를 돌보는데 더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일단 힘이 쎄진다. 더 격렬히 놀고 싶어하고, 더 많은걸 보고 싶어한다. 정말 에너지가 넘쳐 숨돌릴 틈 없이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지인중엔 100일의 기적이 있다고 한다. 정말 100일이 딱 지나니까 매일 새벽에 깨 울던 아이가 잠도 잘자고 혼자 바운서에 앉혀도 잘 놀고 한결 돌보는게 편해졌다고 한다. 100일전 우리 부부도 100일의 기적을 기대하며 열심히 둘이 어부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100일이 지나고 정말 달라지긴 했다. 최소한 우리 부부가 밥먹을 동안은 바운서에 앉아서 참고 기다려준다. 목욕도 한결 편하게 할 수 있고 똥싸면 똥꼬 물로 닦을때도 한결 편하다. 그런데 100일의 기절도 있다. 더워서 그런지 낮잠을 푹자지 못한다. 짜증이 날때면 아주 집이 떠나갈 듯이 운다. 살짝울어도 뭔가 개선되지 않으면 기절할 것 처럼 온 힘을 짜서 운다. ㅋㅋ 자기 울음소리에 놀라 더 울기도 하는데 달래고 나면 온몸의 기운이 방전되고 빤쓰까지 축축히 땀에 젖기도 한다.


똘망똘망하게 분간을 하고 자기 몸을 가눌힘이 생겨 편해지는 100일의 기적도 있지만 가끔씩 부모를 기절시킬만큼 힘들게 할 100일의 기절도 함께 있는 시기이다.


100일의 기적이고 100일의 기절이고 간에... 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는데 잠시 떨어져 있어도 보고싶어진다. 웃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짜증나는 상황이라도 입이 웃고 있게 된다.


조금 천천히 컷으면 좋겠다. 긴 세월 이 시간이 더 많이 차지했으면 좋겠다. 어떤 사회적 갈등도 필요없는 순수한 이때가 더 오래됐으면 좋겠다. 자고일어나 쏟아지는 뉴스속엔 세상에 살 이유를 찾기 힘들다. 99%의 사람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세상, 그런 국민이 아무리 죽어나가도 1%의 욕심을 위해 당연시 되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사홍이가 있게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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