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출생기념나무 사홍베리

D 120일째


사실 나무를 입양한지는 꽤 지났다. 5월 초 였으니까.




처가를 오가는 길에 화원이 많다. 가까운 경기도라 서울과 경계되는 지역에 하우스형태의 꽃가게가 즐비하다. '진작 알았으면 먼 양재 꽃시장까지 가진 않았을텐데...' 하며 사홍이 태어나기 전 부터 오가며 볼 때 마다 생각하곤 했다.


집 담벼락 앞 손바닥만한 화단이 하나 있다. 손바닥만해도 화분하고 틀려서 뭐든 잘 자란다. 처음 이사와서는 욕심껏 땅이 보이지 않게 빼곡히 심었다. 어느정도 자라더니 정글이 됐다. 멋진 정글이면 좋으련만 서로 생채기 주고 해충 생기고 병걸리면 같이 골골하고 하여튼 쌈채소 잠깐 뜯어먹고 다 뽑아버렸다. 나름 노하우가 생겨 올해는 구역을 정해놓고 여유있게 잘 심었다. 오이 1, 상주 4, 로메인 4, 치커리 3, 양상추 2  등등. 그리고 한쪽 끝엔 애플민트, 개박하(캣닢)가 월동 하며 매년 풍성히 올라온다. 개박하는 고양이들꺼다. 고양이가 뜯어먹는다. 4마리 중 2마리는 뜯어먹으면 약빤것처럼 아주 발광을 한다. ㅋㅋ 개박하는 잎을 따 말리고 가루로 만들어 고양이 밥이나 장난감에 뿌려준다. 그리고 애플민트는 모히또(몰디브? ㅋㅋ) 만들어 먹는데 썼는데 사홍이 가진 후로 술을 입에 대지 않다보니 와이프가 허브식초 만드는데 사용한다. 그나저나 애플민트는 정말 생명력이 대단하다 아무리 잘라내도 몇 일 지나면 또 올라온다. 말이 좋아 허브지 좀 징하다. 허브라 키우지만 땅 망치기 딱 좋은 녀석이다.


하여튼... 늦 봄에 위에서 말한 것들 모종을 구하려고 눈도장 찍어놨던 화원을 찾았다. 

문득 사홍이에게 나무 하나 선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땅이 없으니 화분에서도 잘 크고, 월동이 가능하고, 기왕이면 수확할게 있는 과일나무로.. 눈에 들어온 것이 블루베리다. 큼직한 화분에 익지 않은 초록색 열매가 주렁주렁한 잘 생긴 녀석이 눈에 꽂힌다. 첫 눈에 반해서 비닐로 둘둘말아 차에 싣고 왔다. 사홍이 나무에 이름을 지어야 했다.


"이름은 뭐로 할까?"


"이름 붙이게?"


"응. 그래도 사홍이 태어나서 주는 선물인데 이름 붙여주면 있어보이잖아. '사홍블루베리' 로 할까?"


"음... 길다. 블루베리... 사홍이... 줄여서 사홍베리 어때?"


"그래 그걸로 하자."


사홍베리란 이름을 지어줬다. 블루베리는 물을 아주아주 좋아한다. 겨울에도 적당히 물을 줘야 한다. 블루베리는 물을 잘 안줘서 죽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겨울에 말려죽인다고 한다. 추위에 강해서 월동도 가능하데 겨울이 되면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해 물 관리가 소홀해지기 딱 좋아 죽이기 쉽상이란다. 물만 잘 주면 비교적 키우기 쉬운 수종이다.


우리는 열매가 가득한 7년생을 샀다. 묘목부터 키우면 보통 3년째에 첫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간 중간 가지치기가 필요하고 수확을 위해 꽃눈제거도 해야하고 몇가지 신경 쓸 일이 있다. 수확은 6월 중순~7월 중순이다.



우리 부부는 사홍이 덕분에 한 달 내내 거의 매일같이 블루베리를 디저트로 먹었다. 매일 한 종지 정도 따서 밥먹고나서 커피와 함께 블루베리를 디저트로 먹었다. 


"사홍아! 잘먹을께~ 넌 나중에 먹어. ㅋㅋㅋ"


"아니지 너가 먹으면 블루베리 우유나올텐데~"


"맞다. ㅋㅋ 사홍아 기다려 엄마가 쫌 있다 블루베리 우유줄께~"


이렇게 사홍이 앉혀놓고 약올리며(실제로 아직 구분을 못해 약올리진 못함)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냥 봤을 때는 이렇게 매일 많이 딸 수 있을 줄 몰랐는데 따보니 꽤 양이 많이 나온다. 어림 짐작으로 10kg 정도 수확한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내년에 더 사기로 했다. ㅋㅋ 마침 내 집은 아니지만 작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 화단도 꽤 크다. 내년에는 아마도 거기에 블루베리를 심지 않을까?


사홍베리 사홍이랑 잘 컷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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