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아빠요람

D 47일째


사홍이 점점 꾀가 늘어간다. 아직 엄마, 아빠의 존재를 정의할 순 없을테고~ 울면 달래주는 맛을 알아간다. 가까운 동생에게 물려받은 바운서(아기용 진동 흔들의자), 헬스크럽에서 많이 본 짐볼, 수동모빌, 음악나오는 자동모빌 등 사홍이를 달래줄 장치들이다. 그런데 사홍이 꾀를 당해내는덴 한계가 있다. 딱 5분내지 10분 지나면 ㅋㅋ 지루해하고 두팔 두발을 버둥거리며 때 쓴다.



바운서와 자동 모빌바운서와 자동 모빌이 사홍이 시중드는 중



"재미없엉~~~~~"


우짜라구.


처음엔 아기를 안는 폼세가 영 시원치 않았는데 내 몸은 점점 뭐랄까~ 인간 요람이 돼 가고 있다. 사홍이 상태에 따라 가장 좋아할 만한 자세가 뚜두둑~ 세팅된다. 옆으로 안기, 어깨로 안기, 다리로 의자 만들기, 다리떨어 진동주기, 두팔로 그네만들어 흔들기, 가슴에 안고 스쿼트하기, 까치발로 둥가둥가 하기, 가위 걸음으로 부드럽고 큰 웨이브 진동 주기


점점 기능이 업그래이드 되고 있다. 나중엔 머리위에 올려놓고 쟁반돌리기도 할 기세다.


내게도 좋은 점이 있다. 내가 왼쪽 무릅이 안좋은데 골반 틀어짐에 따른 하중이 왼쪽에 쏠려 꽤 오래전부터 무릅이 시큰거렸다. 사홍일 달래면서 짐볼과 스쿼트를 허구한날 하다보니 장딴지에 근육이 붙고, 허리와 골반 교정효과가 있는지 점점 무릅이 좋아지고 있다. ㅋㅋ 그래서 아예 운동하듯 하고 있다. 애도 달래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다.


아기땐 내성적, 외향적 뭐 그런게 없나보다. 다~ 즉흥적이다. 좋으면 웃고 싫으면 울고 ㅋㅋ 잘 안우는 아이가 있다면 내 생각엔 아이가 순해서라기 보단 그냥 싫은거 없이 편해서일거다. '엄마가 힘들테니 조금 참자~' '아빠 무릅도 부실한데 이번 판은 쉬게 놔두자~' 이딴건 없는게 확실하다. 5초전까지 방긋 방긋 천사처럼 웃다가 '우~앙~' 운다. 왜 우는거야 도대체? 내 표정이 너무 가식적인가? 눈을 너무 많이 깜빡였나? 한참을 찾아 헤매다 지가 오줌 싸놓고 갑자기 아래가 뜨거워지니깐 운거다. 


우는 이유도 참 다양하시다. 대표적인게 배고플때, 오줌쌌을때, 졸릴때 이 세가진데 비교적 알기 쉽다. 그외 배아플때, 시끄러울때, 더울때, 추울때, 코막혔을때, 가려울때, 잠이 들랑하는데 얼굴에 뭐 바를때 등 좀 애매한 상황은 판별이 어렵기도 하다.


요즘은 꽤 잘 맞추고 울기전에 미리미리 시중을 들지만 쌩 초반에는 예상문제에서 벗어날 경우 무지하게 찾아 헤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이가 말을 배우기전 먼저 부모에게 자기들 언어를 가르치는 것 같다.



방긋 방긋 헤헤헤


기분 양호


찡얼거림


노려보기 울까? 말까?


하품


떡실신


아이는 모두 쿨하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꾸밀것이 없다. 저 하얀 도화지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궁금하다. 사홍이가 평생 살아갈 동안 많은 부분을 스스로 채워가겠지만 지선이와 내가 스케치는 해 줘야 하는데 뭘 그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