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담쟁이 (이경임)



담쟁이

내겐 허무의 벽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하게 취하는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 여자

오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 보다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 여자

오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품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 보다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친네 벽 하나를
몸속에 삼키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 먹고 있네.

아, 지독한 사랑이네.


-시인 이경임-

.
.
.

라디오에 나오는 안치환의 노래에서 알게된 시입니다.

너무도 멋진 시 입니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