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어제일

"여보세요? 아~ 누나! 오랜만이예요."


몇년만에 알던 누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반갑기도 하지만 무슨일 때문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 할 말을 탐색하기 바뻣다.


"잘지내죠? ㅎㅎ 어쩐일이세요?"


그 누나의 업은 일명 '포토' 다. 광고 사진을 찍는다. 최근에 만든 거래처 이사가 날 아냐구 묻더랜다.


"저도 알아요. 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어요. ㅋㅋ 이렇게 연결될진 몰랐네."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 이란 소릴 종종 듣는데, 전혀 개연성 없는 관계에 내가 언급되니 '참 좁다' 란 생각이 안들 수 없다. 그런데 전화를 건 이유는 딴데 있었다. 포토쪽에서는 나이든 사람과 일하는 걸 꺼려 한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은 일할 때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본인의 나이를 알고 있는 나에게 입단속을 부탁하기 위해 전화했던 것이다. 짐작컨데 꽤 난처했었을 것이다.


"알았어요. ㅎㅎ 저한테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물어본다고 해도 그런 얘기 안할께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습관이 있다. 한가지 일을 오래 하게되면 자의든 타의든 아니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특정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습관, 행운의 표시, 불운의 표시로 남게 된다. '아~ 아침부터 비가오면 하루 더럽게 꼬이는데' 이런식이다. 그 누나에겐 나이가 장애물이다. 나이든 사람과 일하기 싫어한다는 강박이 깊이 박혀있는 듯 하다. 어떤 경험 때문인지는 모른다. 몸에 밴 습관이 3자의 눈으로 보면 이해 안되는 것이 많다. 종종 입바른 소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곧바로 '지적질'을 날리는데~ 그러진 말자. 내 몸을 휘감고 있는 모든 말, 표정, 행동이 정말 한 점 부끄럼 없이 타당한가를 되짚어보고 입이 근질거려도 '존중할 이유가 있다'라고 먼저 인식해야 한다. 


'존중할 이유에 대한 인식'이 준비됐다면 상대방도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그냥 덮어두고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뭔가를 바꿔야하고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이야 말로 우리의 생각을 늙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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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201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