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아내 조리원을 가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갔다. 아이없이 아내와 난 산부인과 입원실에서 멀뚱 멀뚱 서로 바라보고 있노라니, 러브호텔에 왔다 생리터져 불타는 밤을 잃어버린 커플 마냥 넋놓고 있었다.

 

아내는 조리원 예약이 돼 있었다. 정말 아이가 같이 없을 수 있다는 예상은 전혀하지 못해 난감했다. 그냥 가야하나? 아이 퇴원 후 같이 가야하나? 둘이 머릴 맞대고 고민했다.

 

"조리원이 산모를 위한거 아냐? 애가 있으니 같이 봐주는거고 애가 조리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조리원에서 엄마에게 필요한 것들 이것저것 알려준다는데 ... 아이 없이 좀 그렇지 않나?"

"아냐 바로 가는게 맞는거 같아. 뽀은인 병원에서 잘 있으니깐 ... 넌 몸조리해야지. 몸조리 중요하잖아 그렇게 하자."

 

아이없이 조리원으로 갔다. 조리원에 짐을 옮기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배정된 아담한 방에 둘이 있었다. 둘은 아이없는 편안한 호사가 부담스러웠고, 조금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의 필수품은 동반자라고, 그렇듯 빼놓으면 그 자리가 우주만한 구멍이 뚫리는 그런게 있는데 제일 작은 아이가 우주만한 구멍이다. 그 무진장 큰 구멍 한 쪽 끝엔 아내가, 반대쪽 끝엔 내가 걸터 앉아 발끝만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내는 조리원에서 씩씩하고 열심히 몸조리를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 했고 마사지도 받고 미역국도 열심히 먹었다. 젓이 돌기 시작했다. 아내는 돌덩이처럼 딱딱한 젓가슴을 마사지사에게 맡겨 풀었다. 처음 몇번의 가슴마사지가 많이 아펐단다. 빨래하듯 주무른다고 되는게 아니라 가슴속에 있는 젓을 만드는 돌기가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젓이 유두로 나올 수 있도록 안쪽 부터 젓꼭지 까지 사정없이 매만진다고 한다. 젓이 나오기 시작하면, 가슴에 빵빵하게 충전된 젓을 아이에게 물려주면된다.

 

하지만 젓은 돌고 아이는 없고, 유축을 시작했다. 조리원에 비치된 전자동 유축기로 젓을 짜내 병원에 있는 아이가져다 주려고 냉동한다. 난 매일 아이스박스로 된 도시락통을 들고 병원을 왔다 갔다 했다. (PPL 섭외되면 유축기 사진이라도 넣겠는데 나한테 광고 줄 미친놈도 없고 해서 생략)

 

아이가 없어도 신생아 밥먹는 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해야 한다. 신생아는 일반적으로 3시간 간격으로 밥을 먹는다. 아직 여물지 않은 소화기관탓에 뱃속에 많이 넣지도 못하고 소화도 빨리된다. 배고프면 울고, 먹고, 자고를 반복한다. 방긋방긋 웃고 옹알이하는 시기는 두세달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엄마는 유대감없이 젓만 짠다.

 

"나 꼭 젓소같애. 우유만 짜는 젓소."

 

아내는 졸지에 서울우유에 취직해 있는 젓소랑 친구먹게 생겼다. 그럼 난 뭐지? 우유 배달원이군. 병원에서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우유를 시켜먹고 있다.

 

아주 옛날엔 저자 아낙들이 젓가슴을 내 놓고 다녔다고 한다. 젓가슴을 내 놓고 다니는게 아들낳은 아낙의 특권으로 동내방내 자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종족번식이 중요한 덕목이었던 옛날의 습성이 현대엔 많이 사라졌다곤 하지만 아직도 피속엔 남아있는 듯 했다. 아이 없는 아내는 조리원에서 웬지 모를 약자였다. 내가 조리원에 가면 조리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는데..

 

"여기 선생님이 얘기해줬는데 ㅋㅋ 새벽에 수유할 시간되서 엄마를 깨우면 엄마들이 지쳐서 '그냥 분유주세요' 한데 ㅋㅋ 내가 살아야겠다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모유에서는 왜 수면제가 포함안됐는지 모르겠다고 ㅋㅋㅋ 심한 애들은 아주 먹고 돌아서면 운데~ 엄마들 미칠라구 그래 ㅋㅋㅋ"

 

남일처럼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아내는 재밋어서 웃고있지만 부러운가보다.

 

그렇게 산후조리원 퇴원 3일전까지 아내는 젓소로 취직했고, 난 배달원으로 취직해서 어두컴컴한 휴게실에 모여 노동의 피로함을 뒷담화로 푸는 근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이면 드디어 사표쓰고 어깨펴고 다닐 수 있다. 두둥~

배달시켜 먹으며 갑질하던 피도 안마른 녀석이 품에 돌아온다. ㅋㅋㅋㅋ

그런데… 우리 부부는 모르고 있었다.

 

고 녀석이 신선한거 먹겠다고 우릴 스카웃한 꼴이란걸. 


우리 부부 고갱님과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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