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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23:06 - 사몽

2화. 아빠의 출산 기록 1부

16년 3월 24일 늦은 7시

지구별 구성원 한 명이 태어났다. 10달하고 5일이 지나서였다.



16년 3월 18일 예정일

기다리는 진통이 오지 않고 있다. 인간이 고통을 간절히 원하는 몇 안되는 순간일거다.

아이 몸무게는 4kg 넘을것으로 보인다. 일명 "거대아" 3kg 초반에서 중반 수준을 지극히 정상적인 체중으로보고, 4키로가 넘어가면 거대아 3kg 아래면 미숙아이다. 물론 정상적인 출산시기에 맞춘다면 3kg 안돼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조산일 경우 발생되는 저체중 미숙아가 아무래도 위험에 더 노출된다고 한다.

아내는 일명 노산 산모다. 노산에 거대아에 아내의 비만까지 출산에 "안좋은 3박자"를 고루갖췄다.

다행스러운것은 임신초기부터 걱정했던 임신당뇨(임당)나 임신말기에 나타날 수 있는 임신중독 증세가 없었다. 두가지 모두 산모나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그중에 임신중독 증세가 나타나면 자연분만은 사실상 어렵고, 산모 태아 생명을 위협한다고 한다.

주변에 들리는 얘기로는 예정일 전날까지 멀쩡하다 예정일에 희안하게 진통이 왔다는 얘길 들어 우리도 같은 케이스가 아닐까 했다. 오라는 진통은 안오고 허기만 온다.

아내는 "콕콕 찌르는 느낌이 와~" ㅋㅋ 상상진통을 반복한다.



15년 여름 임신초기

태아가 정상적인 위치에 잘 자리잡고 있지만 자궁내 출혈이 있다. 산부인과 원장님말로는 절대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무엇보다 노산인 경우 출혈은 결국 유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더 열심히 꼼짝말아야 할 시기였다. 반대로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할 사람은 아빠될 사람들이다. 아빠들은 피를 토하더라도 움직여야 한다.

빨래, 청소, 밥, 그리고 아내의 심적 안정을 위한 온갖 애교 ... 아빠 후보의 첫번째 애환이 되겠다.

아내는 입덧은 없었다. 그나마 입덧있는 산모 비위 맞추는건 제외됐다. 입덧 심한 산모의 남편들께 심심한 동정을 표한다.

집에 4마리 고양이가 있는데 고양이 똥이나 오줌은 태아에게 안좋을 수 있다고 해서 그것도 다 내 차지다. 고양이 털, 목욕, 밥주기, 물주기, 놀아주기 등등 귀찮은 건 다 내 차지다. 아~잉 좋아 ^.^

분명 이렇게 말하면 아내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렇다. 위험한 임신초기 지나서 많은 부분을 아내에게 돌려줬다. ㅋㅋ 그래도 다시 아내가 하더라도 일단 모든일을 남편이 한다고 하는게 신상에 이롭다.

처음 산부인과가서 태아의 태동을 들으면, 뭔지 아리까리한 뭔가가 뜨끔! 해진다. 마음속 저 깊숙히 잠자고 있던 남편/아빠모드에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되겠다.


뽀은이 3D 촬영


그리고 임신초기에 미리 준비할 것들이 있다. 인터넷 검색하면 백만개쯤 내용을 찾을 수 있다. ㅋㅋ

그래도 간단히 몇가지 적어보면 (산모가 아니라 빠진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이건 남편입장!)

ⓐ 고운맘 신용카드 발급 : 출산후 1개월인가? 까지 쓸 수 있는 50만원을 충전해서 준다. 영화보고 맛난거 사먹구 할 생각은 버려라 등록된 산부인과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니깐. 대부분 출산까지 산부인과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 보건소 출산지원 영양제 : 임신이 됐다면 일단 보건소를 들려라. 인터넷 백날 찾는거보다 보건소 가면 다 설명해 준다. 산모용 영양제를 크게 2가지 준다. 초기에 필요한 엽산, 중기 이후부터 출산후까지 필요한 철분을 준다. 진오비 심원장님은 쓸데없이 돈쓰는걸 싫어하신다. 가능하면 보건소에서 약타먹으라고 하신다. 더 좋은약? 글쎄다~ 더 좋은약이란 아빠 생각엔 돈지랄이다. 귀찮아서 보건소 안가고 병원에서 구매하거나 하는데 가급적 가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야 더 서비스가 개선된다. 그리고 점점 출산과 아이를 빌미로 알아도 속아가며 지출해야 할 일 어마무시하다. 바로 아빠의 두번째 애환 되겠다. 불필요한 건 아껴라.

ⓒ 보건소 출산지원 검사 : 임신초기에 몇가지 산모 검사가 진행된다. 이때 일부 검사는 보건소에서 해 준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결과지를 산부인과에 제출하면 된다. 물론 산부인과에서 "돈"내고 다 할 수 있다. 웬만하면 그러지말자. 그 이유는 윗 단락에 있응께.

보건소 검사 결과지

ⓓ 태아보험 : 태아보험은 꼭 들어두자. 나는 100세 만기를 60세 정도로 기간조정을 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옵션을 제거하고 약 6만원선으로 잡았다. 단, 실비보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 정보습득 + 자상함 : 무엇보다 많이 알아야 하고 아내에게 자상해야 한다. 산모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다. 이것은 곧 경제적으로 매우 도움이 된다. 초산일 경우에 온통 모르는것 투성이다. 더구나 병원에서 뭔가 불안한 얘길 들으면 불안감은 증폭된다. 불안감은 곧 소비로 이어진다. "필요할것 같아서~" 란 이유로 불안함에 뭔가 사고,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만으로 질러댄다. 이때 남편이 아내의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한다. 많이 알아야 하고, 자상함으로 안정시켜야 한다. 카드값이 두배로 나온다고 분노해 봐야 더 상황이 악화된다. 잘 설득하자. 그리고 더 중요한 순간을 위해 절약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 태어난 아이 막연히 건강할 줄 알았는데 생각지 못하게 대학병원에 119 타고 갔다. 결과적으로 매우 건강한 상태로 품에 돌아왔지만 300만원을 병원에 냈다. 보이는 것만으로 비용을 잡았다가는 낭패다. 타인들에게 남의 아이는 매우 매우 빼먹기 좋은 수단일 수 있다. 아이를 담보로 "부모"의 허점을 후벼파면 솔직히 이기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쁜 세상으로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적정선을 유지할 힘은 아빠에게 있다는걸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이 세번째 아빠의 애환 되겠다.



15년 가을 임신중기~말기

태아가 안정되고 산부인과에서 보여주는 지방덩어리 같은 아기 사진도 보고, 산모가 맘놓고 움직일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우선 산전 요가와 걷기를 시작했다. 

산전 운동 많이 중요하다. 세상에 두 종류의 산모가 있다. 산전 운동하지 않은 사람과 한 사람. ㅋㅋ 진오비 심원장님 설명을 요약하면 그렇다. ㅋㅋ 자연분만을 원한다면 허투루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단지 산모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산모가 고생하면 남편이라고 온전할 듯 싶은가? 일단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산모는 핵 울트라 갑(甲) 되시겠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갑의 횡포가 허용되는 영역이다.

이 시기에는 조금 씩 출산준비도 함께 한다.

아기방, 아기용품 등등.. 그런데 가급적 너무 미리사지는 말자. 오늘 주문하면 내일 오는데 궂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짐작으로 살 필요는 없다. 그리고 주변인 찬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주변에 물려받을 수 있는 물건은 싹 쓸어와라. 중고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게 좋다. 물론 중고상품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 부부의 경우 입속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고 거부감은 없다. 세상에 신세져야 할 몇 안되는 시기이기도 한듯하다. 다른건 몰라도 아이를 위해서 주변 도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세는 나중에 갚겠습니다. 꾸벅!"

참! 와이프가 그러는데 이 시기에 어린이집을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은 또 법이 바껴서 산전에 예약이 안된다고도 들었는데 어찌됐든 확인해 볼 일이다.



16년 예정일+4일

산부인과 원장님께서 더이상 위험부담을 안고 기다릴 순 없다고 한다. 유도분만을 시도해보자고 한다. 아내의 경우 "안좋은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 사실 유도분만을 해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한 이틀 죽도록 고생하다 결국 수술할 가능성이 90%정도.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순순히 수술해주겠다고 한다. 

아내가 자연분만을 선택했다.

이제 부터가 모성앞에 부성이 깨갱이다. ㅋㅋ 두려움보다 아이에게 더 좋을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산부인과 원장님에 대한 믿음도 한몫한다. 사실 임신기간 중 병원을 항상 같이 다녔는데 원장님을 대할 때 뭔가 욱~ 한적도 많을 만큼 일방적이고 방어적이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숨기거나 속고있는 듯한 느낌이 전혀들지 않아서 계속 다녔다. 그리고 출산전후해서 원장님에 대한 신뢰가 완성됐다.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의사이다. 자몽맛 쥬스가 아니라 쓰지만 몸에 좋은 자몽원액을 마신다 생각하면 된다.



16년 예정일+5일 유도분만

목욕제게하고 아침9시까지 입소 (흡사 뭔가 의식을 치루는 듯한 맘가짐이 된다. ㅋㅋ)

밝은 실내등이 켜 있지만 긴장감이 잔뜩 밴 공기 냄새다.

진오비 산부인과는 2층에서 시작해 4층까지 도달하면 산부인과 졸업이다. 분만 및 입원은 3층이다.

진오비 산부인과 3층 분만실 로비


진오비 산부인과 분만 입원실


유도분만 중 태아상태 체크

비교적 최근 일이라 생각나는 대로 상세히 적어본다.

위 사진에 보이는 수액이 유도분만 촉진제다. 난 유도분만이 어떤 원리인지 몰랐는데 저 촉진제를 맞으면 근육이 수축되면서 일종의 압력이 발생하고 압력으로 뱃속의 아이가 나오기 쉽도록 자극을 주는것 같다. (틀릴 수도 있으니 정확한 내용이 알고싶으면 찾아보시라~) 촉진제는 가장 낮은 단계 4 부터 시작했다. 원장님 말로는 가장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서 원활하지 않으면 투여량을 늘린다고 한다.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분단위 간격으로

나중에 30~40초 간격으로 진통이 온다.

진통이 오면 약 30초 가량 진통이 지속되고 사라진다.

와이프말에 의하면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고통이라고 한다. 진통이 주기가 짧아지면서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희안한 것은 진통이 멈추면 거짓말 처럼 안아프다고 한다.

진통시 호흡이 중요하다. 호흡은 코로 들어마시고 입으로 내밷고.. 반복하는 심호흡이다. 심호흡할 때 가슴이 올라올 정도록 크게 쉬어야 한다. 호흡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태아에게 산소공급이다. 일반적으로 통증이오면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는 경향이 있는데 산모가 통증으로 제대로 숨을 쉬지 않으면 뱃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에게 산소 전달이 안돼고 산소 결핍은 아주 잠깐이라도 태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아픈 산모를 호흡하게 하는 남편 리드가 중요하다. 난 옆에서 1000미터 빙상경기 코치들이 피켓들고 외치듯 같이 심호흡을 해줬다. 진통이 오면 같이 천천히 20까지 세면 진통이 사라지니까 카운팅을 해줬다. 나중에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도움이 매우된다고 한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 그냥 들리는대로 죽기 살기로 따라했다고 한다. 만약 스스로 모든걸 해결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내는 고고고위험군 산모다.

그래서 자연분만의 상징 심원장님조차 은근히 원한다면 수술을 허용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7시간 진통 후 분만실 입장 30분만에 순산했다.


  • 진통 3시간 경과 : 의사는 약 3센티밖에 열리지 않아서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한시간만 더 경과를 보자고 한다.
  • 진통 4시간 경과 : 여전히 3센티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래도 진통이 주기적으로 오고 태아도 잘 버티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보자고 한다. 한시간 후 더 진전이 없으면 수술할꺼니까 걱정말라고 한다.
  • 진통 5시간 경과 : 양수가 터졌다. 4센티 열렸다고 한다. 4센티까지가 힘들지 그 이후에는 빠르게 진행될 확률이 높으니 30분만 더 보자고 한다. 여전히 문제되면 수술할꺼니 걱정말라고 하고 나가신다.
  • 진통 6시간 경과 : 4센티에서 조금 더 진행됐다고 한다. 한두시간내 자연분만 하던지, 수술하던지 둘 중에 하나를 할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한다. 더 지체되면 산모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지연 시키진 않을 것이다라고 하고 나가신다.
  • 진통 6시간 30분 경과 : 아내가 초죽음이다. 당장이라도 뭔가가 나올거 같다고 애원한다. 전화로 콜을 해도 의사는 오지 않는다.
  • 진통 7시간 경과 : 매우 급하다. 정말 죽을거 같다. 심호흡도 겨우겨우 따라한다. 난 전화통 붙들고 왜 안오시냐구 제차 묻는다.


잠시 후 간호사가 오더니 "분만실로 이동 하실께요~" 하신다. 

아내는 분만실로 걸어가는 동안 노란 하늘과 별이 가득한 우주를 보았다고 한다.

아내의 하얗던 환자복 아래가 붉게 물들어 있고, 머리가 산발이다.



출산

분만실을 열고 들어가니 어느새 분만 준비가 끝나있었다. 아차 싶다. 

영악하신 심원장님이 말로 속였다. 6시간 경과시 4센티가 아니였을 것이다. 거의 출산할 컨디션이 됐음을 아셨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 인내심이 소진됐을때 영원할 것 같은 진통이 곧 끝난다는 희망으로 계속 참을 수 있도록 도왔던 듯 하다. 남편 입장에서 이런 거짓을 그냥 믿고 속는게 맞을 것 같다. 산꼭대기 올라가는데 10분만 가면 된다는 응원을 궂이 "사실은 3시간 25분 더 가야하고, 지금 올라온것 보다 더 힘들어" 할 필요는 없다. 이런 거짓말은 알면서도 속는 거짓말에 속하겠다.

간호사 선생님이 세분이 분주히 산모를 안정시키고 분만 준비를 한다. 말 한마디 없이 크지 않은 분만실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

오랜 팀웍이 보인다.

심원장님 피곤에 쩔은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때만은 눈빛이 살아난다.

남편은 이때 뭘 하느냐고 궁금한가? 기록을 한다. 눈으로 영상으로 그 외 그닥 쓸모없다. 나도 사실 이 후기를 쓰는 이유중 하나가 그렇게 쓸모없지는 않다란 걸 증명하기 위함도 있다. 잘 기록해라.


"140으로 올려!"

"이번 진통올때 힘 잘 주면 나오는거예요. 턱 당기고"

"2분 정도 길게 힘주는거예요. 산모에게 달렸어요."


삿바는 당겨졌고, 한방에 매치는 씨름선수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으~~ 읖!!!!!"


제대로 힘이 들어갔다. 힘주길 돕기 위해 간호사들이 배에 압력을 가한다.

의사의 손놀림이 뭔가 잡은듯하다.

간호사가 급히 말한다.


"힘빼세요. 하~ 하세요."

"하~~~~ 햐아~ 하~ 햐~"


의사는 손은 움직이지 못하고 몸을 꼬며 일어서더니 매우 조심스럽게 뭔가를 돌려 빼낸다.


뽀은이 나오기 3초전

뽀은이 나이 1초

뽀은이 나이 30초


지구별 구성원 한 명이 태어났다.

지선아 사랑해!


.

.

.


하지만..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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